문학가라도 된 기분이 듭니다. 이러다가는 ‘책이라도 써야 하지 않을까’하는 괜한 걱정도 해봅니다. 이번 네팔 지진으로 인하여 저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많은데 일일이 전화를 할 수도 없고 또 이 메일도 잘 안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안부 겸 간단히 카톡으로 글을 보냅니다. 제 글을 읽으며 ‘뉴스에서 들은 얘기지만 더 실감이 간다’며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분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읽고 있다’며 소식 보내기를 원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제가 카톡의 글을 보내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저의 후원자들입니다. 몇 명은 주위의 소개로 저의 카톡방에 들어와 연결이 되기도 했지만요. 그런데 저희 후원자들은 제가 글을 쓰는 것을 보면서 웃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일 년에 기도편지를 한 두 번 밖에 안 쓰는 선교사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물론 전에는 3개월에 한번 정도는 썼습니다. 그러나 특히 최근에 들어와서는 거의 기도편지를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쁘기도 하고 좀 지치기도 하고...
제가 후원 모금을 위해서 글들을 보내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많은 분들이 지진 구재 헌금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분들은 평소에도 저에게 선교헌금을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사실은 들어오는 구호 헌금이 많아지니까 제가 할 일이 태산 같아져서 다시 걱정이 됩니다. 불쌍한 네팔 사람들을 도우라고 보내주시는 귀한 헌금인데 나에게는 일거리만 늘어나는 셈입니다! (죄송, 정말 죄송)
헌금은 모두 네팔의 지진 피해자들에게 사용될 것입니다. 그리고 사용 내용을 자주 보고 하도록 하겠습니다. (헌금을 하신 분들은 제게 꼭 연락하셔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실명이 아닌 분들!) 사실 지진 구호 헌금을 보내온 사람들을 보면 제가 눈물이 날 정도입니다. 아이들이 저금으로 모은 돈을! 장학금을 받은 돈을! 자동차 사려고 오랫동안 모아놓았던 돈! 심지어 장애 우들이 모은 돈! 크건 작건 정성과 애 뜻한 마음으로 보내 주신 귀한 헌금입니다.
아무튼 당분간은 계속 글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하나님께서 특별한 때에 특별한 마음을 주셨으니 글로 써서 여러 분들과 마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비록 문학도의 글은 아니지만 읽어주시고 함께 기도하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싶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때 국어 시간에 시를 썼는데 담임선생님께서 잘 썼다며 등단(학생들 앞 교단)을 시켜주셨습니다. 대학에 다닐 때는 문학 서클에도 친구 따라 잠깐 가입을 했습니다. 인생에 대한 깊은 방황이 있었을 때였습니다. 그 나이에 시인이 아니며 철학자가 아닌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그리고 예수를 믿고는 찬송이 너무 좋아서 바이올린(사실은 저에게는 깽깽이라 해야…)을 배워서 메고 다니며 시골에 순례 전도를 다니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제 책상 앞에는 바그너의 사진을 연필 데생을 해서 붙여 놓기도 하였습니다. (무슨 씰데 없는 자기 자랑을!)
내성적이기도 하고 또 사색적이기도 한 제 성격이 선교사 26년 후인 지금은 야전군처럼 살고 있습니다. 가끔 거칠게 사는 제 자신을 <히말라야 산적 두목>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촌스럽고 거칠고! 낭만도 없고! 정서도 메마르고! 그래서 사실은 이번에 안식년을 꼭 가지려고 짐도 싸놓고 비행기 표도 사 놓았는데 이틀 남겨 놓고 그만 지진이 났었습니다. 결국 귀국을 포기하고 다시 거친 광야를 가게 된 셈입니다.
이제 지진 구호와 복구 그리고 선교적인 사역이 제 앞에 놓였습니다. 이것은 일년 이상 되는 장기적인 사역이 될 것입니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사역은 각 지역마다 <쉘터>를 만들고 섬김과 돌봄을 하는 것입니다. <쉘터>가 교회는 아니지만 교인들을 훈련시켜서 마을 사람들을 섬기게 하면, 그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보게 되고 말씀을 듣게 되는 발판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쉘터>는 나중에 가정 교회로도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쉘터 사역>을 위하여 지역교회 목사님들과 뜻을 모으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느헤미야 센터>에서는 가정사역을 계속할 것입니다. 그 동안 훈련시킨 가정 사역 자들을 동원하려고 합니다. 고통과 고난 속에 있을수록 가정이라는 최소 공동체가 울타리가 되고 힘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기가 끝나고 건물 복구 사업이 국가적으로 시행되면 교회 건축을 해야 합니다. 개인의 주택들은 지어준다지만 교회는 결국 가난한 네팔 교인들이 해야 합니다. 그래서 여러 분들이 보내주신 많은 헌금이 교회 건축에 사용될 것입니다. 이러한 일들로 안식년은 아무래도 뒤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진 후 긴급 구호 사역이 끝나고 중장기 사역에 대하여 어느 정도 준비작업을 마치면 저희 부부는 다음 달에나 한국에 잠깐 방문할 생각이 있습니다. 저의 어머니께서도 저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고 계십니다. 또 아들 며느리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저의 부부가 건강 체크를 하여 치료 받을 일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좀 쉬고 싶기도 합니다.
며칠 전부터 여진이 줄어들어 가니 금방 마음에 여유가 좀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허물어진 사이에서 천막 생활을 하는 네팔 사람들을 생각하면 한 시가 급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계속 기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