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
4박6일, 네팔 선교팀 막내둥이로 현장에서 섬기고 온 최시영 청년입니다.
서른셋이라는 나이로는 좀 부끄러운 호칭이지만, 하나님께서 귀히 쓰시려고 저에게 허락하신 환경이니 참 감사했습니다.
짧게도, 길게도 느껴졌던 여정이지만, 성령과 은혜가 충만했고 동역하는 기쁨이 무엇인지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1. 결단
주일 예배 말씀후에 결단찬송과 함께 하는 기도 시간입니다.
네팔 선교센터 헌당 예배를 위한 중보기도를 마치며 '같이하라'는 강한 응답을 받았습니다.
예배후에 주저없이 신청하였죠.
작정 기도에 들어갔고, 여러가지 어려운 형편을 발로 뛰어가며 하나씩 풀어나갔고, 많은 분들의 기도와 후원이 함께 하니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무사히 팀에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2. 출발! 자이머시!
팀 인원은 20명, "자이머시"(자이=승리, 머시=주님(메시아)) 라는 뜻의 팀 이름입니다. (※네팔의 공용 인사인 "나마스테"(당신속에 있는 신에게 절합니다)를 대신하여 쓰이는 기독교인들의 인사법이며, 많이 대중화 되어 있었습니다.)
어림잡아도 평균연령 50이 넘는 팀인데다가 현지경험이 풍부한 선교팀도 아니었습니다.
선교의 뜻은 늘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지만, 미루고 미루어 오다가 '염원을 이루나' 싶던 저의 기분과 같은 분들로 가득해 보였습니다.
'선교하며 여행의 기분을 조금씩 누리다 보면 초심이 흐려지기 일쑤다.'
먼 타국땅으로 수많은 성도들의 기도와 후원으로 떠나는 여행이니 부담감에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던 것은 팀원들 모두가 공감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긴장되는 순간도 여러차례 있었지만, 8시간의 비행끝에 네팔에 무사히 도착하였고, 탑승자들 사이에서 환호의 박수가 나왔습니다.
3. 네팔
남부교회 이름으로 7년만에 다시 밟는 네팔, 첫느낌은 '생각했던것 보다 훨씬 가난하다.'였습니다.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게 분주한 한국과는 달리 정말 조용하고, 차분하다는 것이 특이했습니다.
시작부터가 시험이었습니다.
입국절차부터 시간이 지체되면서 팀원들 사이에서 이른바 "한국형 불만"들이 터나왔습니다.
공항 직원들은 입국대기열의 사람들 수백명이 뚫어져라 쳐다보는 중에도 전혀 동요함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태연하고 느긋하게 일하고 있는 네팔 공항 직원분들, 그것을 보는 한국 사람들의 마음에 '일처리 좀 빨리하지..', '일 안하고 노는 사람들은 뭐지?' 하는 감정이 일면서 격해지려고 하였고, 이렇게 먼저 시험당하는 쪽은 우리 자이머시팀이었습니다.
다행히 팀원들의 인내의 열매와, 분위기 메이커 장로님들의 유머와 기치로 터져나오는 불만들을 웃음으로 잠재우고, 시비없이 입국절차를 마쳤습니다.
공항을 나서니 선교사님 일행이 밝게 환영해 주셨습니다.
처음밟는 이국땅, 설레는 마음은 뒤로하고, 처음 주셨던 그 마음을 유지하려고 부단히 기도했습니다.
네팔에 눌린 마음, 아파하는 영혼들을 돕고, 네팔의 기독교 부흥을 꿈꾸는 세대들과 성령으로 하나되는 기대로 잔뜩 채웠습니다.
또 수년간 성도들의 눈물과 기도로 일군 하나님의 성전, 느헤미야선교센터를 헌당하는 예배를 향한 일관된 마음을 유지하려고, 웃음도 기쁨도 호기심도 수없이 억누르며 네팔의 아픈 곳을 관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선교사님의 능숙한 설명에 귀기울이며 네팔 현지 사정에 초점을 맞추었고, 네팔의 구석구석을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4. 우상숭배와 제사
덕친칼리, 칼리여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신전입니다. 여신 칼리의 심기를 건드리면 죽음의 저주가 따르는데,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피로 제사를 드려야 한다는 믿음에 끝이없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네팔 사람들과 외국인들로 보이는 관광객들까지 간절하게 절하고, 심각하게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영생과 부활을 위한 기도가 아닌 당장의 죽음의 두려움을 피하기 위한 제사로 닭과 염소, 각종 제물을 바쳐가며 향을 피워가며 우상에게 절하고 있었습니다.
파슈파티나트, 사원이자 화장터입니다. 불교의 윤회사상에 네팔의 장례는 화장입니다. 죽으면 시신을 불로 태워 강가로 흘려보내 내세로 보낸다고 합니다. 생전에 신분이 높았으면 강 상류에, 낮았으면 강 하류에서 화장하며, 화장에 쓰이는 장작도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다릅니다. 가난한 사람의 경우 시체가 다 타지 도 못한채 강가에 수장 되는 것이죠. 강 하류쪽에서는 이 물로 목욕을 하고, 설거지 빨래도 합니다. 시체에서 나오는 금이빨이나 귀중품을 수거하는 사람들도 강하류에서 대기중이고, 장례식장이지만, 슬퍼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힌두교와 불교가 혼합된 윤회사상에서 죽음도 내세에서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기 위한 삶의 일부라는 믿음에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죠. 그래서 강 하류에는 원숭이들이 물가에서 뛰놀고 가축과 동물들도 신성한 장례식에서 예외의 손님은 아닙니다.
우상숭배와 거짓신을 섬기는 잘못된 제사는 없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네팔은 국교가 힌두교입니다.
기독교의 포교가 불법이 아니다-라는 변화가 이제서야 일어나고 있는 네팔에서 하나님의 질서로 바른 믿음을 심어주어야 하는 어려운 사명을 수행하는 현지 사정이 단순해 보이지만은 않았습니다.
현지 베테랑이신 선교사님 일행도 혹시나 발생할 팀원들의 생리적 부적응이나 돌발행동에 많이 조심스러워 하는 듯 보였습니다.
자이머시 팀도, 네팔 사람들의 문화적 충격을 최소화 하면서 어떻게든 복음을 심어야하는 어려운 숙제를 신중하게 풀어나가야 한다는 복잡한 감정에 탄식만 여기저기서 새어나왔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두려움이나 부끄러움이 없이 담대하게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말씀의 사명의 중압감이 더해졌고, 불결한 위생상태를 감내하며 태연함을 유지해야 하는것이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무사히 "자이머시"를 외치며 그 땅을 주님이름으로 밟고 왔습니다.
5. 느헤미야 선교센터와 은혜교회
1994년에 한국교회의 기도와 후원에 힘입은 선교사님들, 현지 기독교인들의 노력으로 설립된 느헤미야 선교센터, 2000명의 훈련생들을 배출하여 네팔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하나님의 성전입니다. 훈련생들과 센터식구들의 예배의 분위기는 네팔 고유의 색채가 짙었습니다. 손짓, 몸짓이 강조된 율동과 전통음악의 음조와 억양이 짙은 찬양들, 처음엔 약간 적응이 망설여졌습니다.
그런데 곧 귀에 익은 찬양과 말씀이 곧 흘러나왔고, 이를 통하여 성령께서 마음문을 열게하시니 문화적인 차이는 금세 사그러들었고 예배와 기도로 하나가 되었습니다. 센터에서 느낀 네팔 현지분들의 예배는 열악한 환경과 풋풋한 섬김에도 그 열기와 예수님을 향한 사랑의 열정은 대단했습니다. 선교센터와 자이머시팀들간에 준비한 예배와 찬양들을 서로 주고 받으며 주님 안에서 뜨겁게 하나됨을 느꼈고, "아멘"을 외치는 아이들의 기도에 '네팔의 믿음이 하나님을 향하여 바로 잡히면 이렇게 강한 영성을 지니는구나'라는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포카라에 위치한 히말라얀 Grace(은혜) 교회, 한국에서 정성껏 준비한 후원 물품과 섬김의 모습을 꺼내들고 방문을 하였습니다. 은혜교회에서 준비한 음료와 일행들이 준비해 간 간식을 먹으면서까지 낯선 이방인들간의 사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어색한 분위기는 풍선장신구와 페이스페인팅을 통한 섬김으로 조금씩 녹아내렸고, 자연스레 첫만남의 수줍음은 뒤로하고 웃음꽃이 피어나더니 자이머시 팀을 소개하고 인사하는 자리에서 기도와 찬양, 정성껏 준비한 나눔으로 진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말이 통하는것도 아닙니다. 손짓 발짓 다쓰는 바디랭귀지로 애쓸 것도 없었습니다.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사랑과 하나님의 감동으로 모두들 느끼는 것은 말씀 안에서 하나이고 같았습니다.
6. 정상을 향하여
자이머시 팀이 방문한 지역들의 평균 고도는 1500미터가 넘습니다. 때문에 조금만 발걸음을 재촉해도 숨이 차 오르고, 몸에 무리가 따릅니다. 자이머시팀의 평균연령은 앞서 알려드렸다시피 50세가 넘습니다. 회갑을 넘기신 분들이 팀 인원의 1/3이 넘습니다. 30대 초반에 건장한 청년인 저도 조금만 무리하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여러번 느꼈습니다. 게다가 입에 맞지 않는 음식과 숙소, 환경, 변덕스런 기상조건과 불규칙적인 현지사정, 선교일정을 재촉하는 짧은 일정 등 하나님께서 주신 열매들이 없으면 쉽게 낙오하기 쉬운 여건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출과 눈산을 보며 하나님께서 주신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사함으로 누리고자 안나푸르나와 히말라야 눈산들의 해돋이를 감상을 감행하였습니다. 정말 지치고 피곤이 짙은 기색이 역력함에도 팀원들 누구하나 불평 불만 쏟아내지 않았고, 서로 돕고 이해하며 한계상황에 이르렀습니다. 해발 1600미터 사랑곳(Sarangkot)에서 현지인들과 외국 관광객들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찬양을 외치며 "이땅의 하나님의 나라"임을 선포하며 놀라움 체험들을 하였습니다.
아찔한 버스여행으로 밟은 해발 2168미터의 나갈곳(Nagarkot), 자연의 아름다움에 경탄한 것도 잠깐, 현지 산간마을을 방문하여 기도로 사역하고, 하나님 지으신 위대한 자연을 보며 경배의 찬양과 감사를 드렸습니다. 정말 매순간 마음을 놓으면 생명 마저도 위급해지겠구나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두려움은 온데간데 없고 하나님 주신 평안과 새힘으로 극한 상황에서도 인내하는 은혜를 자이머시 팀 모두가 누리며 무사히 산행을 마쳤습니다. 팀내에서는 모두가 힘들어했기 때문에 주고 받는 말을 아꼈지만, 이자리에서 자이머시팀 연로하신 선배님들 모두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나가며 - 선교와 여행
네팔은 현재 종교, 정치와 사회 전반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격동의 6-70년대 시대라고 비교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네팔 전통문화의 구습과 개방에서 나오는 진통들로 각종 시위들이 생겨나고 있고, 환경오염, 여성 인권문제와 신분 갈등, 부의 분배 등 경제적이면서도 다양한 문제들로 아파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보다 나은 삶으로의 변화 하려는 소망만은 간절했습니다. 관광객들에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적극적인 호객, 판매행위를 하고 각종 외국 상표와 브랜드들이 상점들을 뒤덮고 있으며, 또 그것들이 국민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져 있었습니다. 흔히 짝퉁으로 불리우는 유사품도 자랑스레 입고 다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삶의 질 향상을 향한 교육열기도 대단하였습니다. 카트만두 시내에서 보이는 버스의 대부분이 스쿨버스입니다. 부모세대는 제대로 입지도 먹지도 못하는 환경에서도 자녀들은 깨끗한 교복을 입고, 비싼 교육비를 들여 단정한 행동과 예절을 배워가며 입가에 웃음 짓는게 자연스러울 정도로 양육되어지는 것입니다. 이정도로 다음 세대를 향한 투자는 아낌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방의 물결에서도 간과 할수 없는 한가지가 있었습니다. 자기네들의 전통을 지켜 내려는 간절한 열망이었습니다. 여전히 기독교 포교활동에 곱지 않은 시선이 곳곳에서 느껴졌고, 문화를 개방하면서도 그들만의 자존심은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기색이 뚜렸했습니다. 네팔 왕궁터 안쪽에서는 현지 선교사님 조차도 기독교인들의 인사인 "자이머시"가 아닌 "나마스테"를 조심스레 사용하셨고, 선교목적이 아니라 여행객으로 자주 위장했습니다. "선교팀"에서 단순 "관광객들"으로 자연스레 전환하는 연습이 4박6일간의 일정중에 자이머시 팀안에서 훈련 되어지고 있음을 여러번 느꼈습니다. 때문에 신전과, 제단, 화장터를 방문하면서 일거수일투족, 언행과 마음 씀씀이 하나하나 조심스러워 해야만 했고, 인사나누고 교제하는데 단순한 동정심이 아닌 존중과 배려를 담아내는 노력을 다른 때보다 더 하여야 했습니다. 십수년간 어렵게 일구어온 선교의 분위기에 한번의 경솔한 여행이 찬물을 끼얹게되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 노력한 것이죠. 이것이 이번 선교여행을 통해 자이머시팀이 느헤미야 선교센터를 통해 배운 훈련입니다.
거짓 영에 지배당하고 있지만, 그들도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자기 백성임을 생각할 때 네팔 민족의 자존심을 존중하며 참 사랑이신 예수님을 전하는 방법이 저에겐 숙제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마친 지금 저에게는 네팔 선교여행 중에 부어주신 성령의 감동과 그것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사명감이 남았습니다.
저는 빠른 시일내에 네팔로 다시 향할 것입니다. '그곳에도 다음세대를 위한 부흥과 소망의 열정이 있구나', '그 원동력은 참 복음이신 예수그리스도가 되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반드시 해야겠다' 젊은 세대의 노력이 무엇보다도 시급함을 느낍니다. 이제 남부교회의 젊은 열정이 부흥하여 전국으로, 세계로 반드시 나아가야 합니다. 모든 민족으로 복음을 전하는 우리의 사명이 남부교회를 통하여 지금보다 더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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